택배노조 교섭 거부한 대한통운, 2심도 패소

입력 2024-01-24 16:13   수정 2024-01-24 16:52


CJ대한통운이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로 이뤄진 전국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 범위를 원청업체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3부는 이날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특수고용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택배노조는 2020년 3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주 5일제와 휴일·휴가 실시' '수수료 인상' 등 6가지 사안에 대해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회사는 "자신이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이를 거부했다. 이후 택배노조가 낸 구제 신청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중노위는 재심에서 "CJ대한통운이 실질적으로 택배기사의 업무에 지배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지노위의 판단을 뒤집었다.

CJ대한통운은 중노위의 판단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노동조합법이 의미하는 사용자는 근로자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 권한·책임을 일정 정도 담당하고 근로자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이번 판결로 작년 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노란봉투법'의 입법 논의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원청업체로 확대하고, 파업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말한다. 만약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판례로 굳어질 경우 사실상 노란봉투법 입법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선고 후 "오늘의 판결은 '진짜 사장 나와라'라며 7여년을 넘게 외쳤던 택배 노동자들을 비롯한 특수고용직 노동자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절규와 외침이 옳았다는 것을, 노조법 2·3조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이 법률에 반하는 행위였음을 법적으로 확인받은 역사적 판결"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상고할 뜻을 밝혔다.

한편 이 사건과 쟁점이 같은 HD현대중공업 사건도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2018년 4월 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회사가 승소했다. 법조계에선 올 상반기에 상고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진/곽용희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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